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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402회 작성일 11-08-0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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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 전에, 늘 그랬듯,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고3 아들 녀석을 태워주고, 홀로 사시는 어머니 집에 문안드리러 갔습니다.

“어머니~~”라고 큰 소리로 부르며 대문을 들어서는데, 어머니는 여느 때와는 달리 나오시지 않고 방 안에서만 (저처럼 크고 반가운 목소리로) “오냐~~”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방안으로 들어갔더니, 어머니는 아예 웃통을 벗어젖히시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부채를 부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지요.

“아니, 어머니. 뭐 하셨길래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세요?”

“응, 빨래를 했더니 이렇게 덥네....”

어머니는 지난 한 주 동안 교회 수양회를 다녀오셨고, 수양회에 가 계신 동안 입고 덮으셨던 옷가지랑 작은 이불 등등의 빨래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아이고, 세탁기 돌리면 되지 왜 그렇게 힘들게 빨래를 하셨어요? 저 큰 이불까지....”

“야야, 운동 삼아 하면 되지...세탁기 돌리면 전기세 나가잖아....내 좀 눕을란다.”

그러시면서 자리에 벌렁 누우시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선풍기도 돌리지 않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머니께 한참을 부채 부쳐드리다가, 큰 이불을 빨랫줄에 널어드리고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똑 같은 일도 마음 하나로 참 다를 수 있구나. 만약에 어머니 안에 한탄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계셨다면, 그 마음으로 인해 늙어서까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힘들게 빨래를 해야 하는 당신의 처지와 운명도 더없이 한탄스럽고 원망스러우셨을 것이고, 그 마음이 더욱 더 그 일을 힘들게 하셨을 것이며, 뿐만 아니라 매 순간을 무겁고 힘들게 사셨을 터인데, 지금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그저 모든 일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져, 힘듦 속에서도 언제나 환한 긍정의 에너지를 퍼올리시는구나....’


‘보통사람’님.

모든 것은 다만 있는 그대로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은 완전히 달라지지요.

긴장상태와 가슴떨림도 그냥 그런 현상일 뿐이랍니다, 님이 살아 있기에 경험하게 되는 수많은 다양한 빛깔의 느낌과 감정들처럼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험해 보세요.

그리고 진정 그럴 수 있다면,

그 한 번의 경험이 님의 마음에 어떤 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어, 또 다시 ‘있는 그대로’를 주문처럼 외우지 않아도 되게 한답니다.


“Yesterday is a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 is why we call it present.”라는, 영화 <쿵푸 펜더>에 나오는 명대사처럼,

지금 님에게 주어진 긴장상태와 가슴 떨림이라는 '선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 담겨 있는 무수한 소중한 것들과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껏 퍼올리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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