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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부모를 직접 마주하고 싶은 충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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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얀민들레 댓글 16건 조회 8,326회 작성일 12-12-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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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나은입니다. ^^
 
 
바쁘실테니 언제쯤 답변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올려봅니다.
 
오랫동안 저의 존재 이유와 삶의 목적을 알지 못하여 답답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ㅎㅎㅎ
 
그냥 존재할 뿐... 이라는 말은 저에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실제로는 그냥 존재하는 것 외엔 별다른 수가 없긴 합니다만...ㅎㅎㅎ
 
나라는 존재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인간이라는 그 존재자체가 혐오스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나라는 존재를 긍정하며 삶의 소소한 것에서도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지만 여전히 어떤 갈증을 느낍니다.
 
저의 생각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느끼는 것인데 나중에 떠오른 생각이나 마음을 인지할지언정,
애초에 이러한 생각과 마음이 일어나는 자리를 파악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의지를 내는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알고 보면 그 의지라는 것도 어디에선가부터 주어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랄까요...
 
세상 만물을 약동하게 하고 저로 하여금 하루를 살고 사고를 하고 마음을 느끼게 만드는
그 생명의 근원자리를 알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요즘 들어 인지하는 바는 제가 ‘나’에게 주어진 이 육체를 굉장히 동일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지만, 이 작은 육체만 전부로 느끼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고 할까요.)
저도 이런 저런 책을 많이 읽어서 인간은 육체가 아닌 정신이고 어쩌고 하는 말들이야 잘 알고 있고,
저 역시 제가 육체가 아닌 정신임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이 육신을 가진 나를 얼마나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이 육신으로 인해 모든 이원성이 발생하는구나 하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 
 
오히려 마음이나 생각에는 별로 집착이 일어나지 않는데,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명확히 확인시켜주는 이 육신을 떠난 ‘나’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네요.
만일 타인과 육신이 바뀐다면 그 바뀐 육신을 ‘나’라고 받아들일 수 없겠지요.
무언가 다른 변화가 일어났음을 육신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저는 제가 여자이고 나이가 어떻고 하는 관념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게 해주는 이 육신에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뻐지고 싶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요,
이 육신을 떠나서는 ‘나’라고 인식하는 이 존재를 더 이상 인식할 수가 없겠구나 하는...
 
그러니까 제가 게으름뱅이에서 부지런한 인간으로 변한다면 분명 그 사람의 정신이 변했으니
다른 사람같다는 말을 듣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육신은 그대로 이기 때문에 정신이 변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누구인지 알아 보겠지요....
음... 저는 제가 관념으로 제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육신이 하나의 표식이었구나(혹은 육신을 변하지 않는? 표식으로 삼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렇다고 죽음이 두렵다거나 하는 느낌은 아니에요.
여전히 죽음 뒤의 안식이 그립고(죽어 본 적도 없으면서 좀 웃기지만요.ㅋㅋㅋ)
‘나’라는 존재가 영원히 사라진다고 해도 아쉬울 것은 없다고 느낍니다.
 
다만 신이 나를 왜 (이렇게 육신을 입은 모습으로) 창조하셨을까나 하는 궁금증,
저의 영적인 부모를 직접 마주하고 싶은 갈증 같은 게 있습니다.
 
‘나’라는 의식이 답답하다고나 할까요. 보통 깨달은 분들이 말하는 그 합일의 경지를 알고 싶은 건가 봅니다.
 
요새는 명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무슨무슨 명상법에 구애됨 없이 그냥 저 내키는 대로 자기 전에 잠깐씩 앉아 있습니다. 다리 저려서 오래도 못하고 한 20분이나 하려나...
게으른데다 몸이 힘든 게 싫은 저는ㅋㅋ 다리 저리고 자고 싶으면 그냥 잡니다.ㅎㅎㅎ
 
깨달은 분들이 말씀하시듯 내면에 모든 게 있다니 저의 깊은 내면을 직접 들여다보고 싶고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서요.
과연 명상으로 얼마나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그냥 하루하루 할 수 있는 한 사는 것... 이것만으로 내면의 갈증이 꽉 채워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아직도 저는 제대로 못 살고 있는 것일까요?
하루를 더욱 충실히 살면 모든 갈증이 해소되는 것일까요?
혹시 제가 쓸데없는 망상에 빠져 있는 것일까요?
 
그러나 이 세상은 오직 하나라는데, 그 하나됨을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나를 발견합니다.
 
아마도 눈에 보이는 것, 이 육신과 세상만물의 형태에 꽉 매여있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형태를 넘어서서 타인과 모든 생명 심지어 무생물에게까지 애정을 느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까지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진정 모든 사물 배후의 ‘하나됨’, ‘나’를 넘어서는 ‘하나됨’까지는 느낄 수가 없네요.
 
그냥 에고(혹은 그냥 의식, 느낌)의 확장이라는 느낌?? 마음그릇을 넓히는 게 아니라 마음그릇을 아예 없애버려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새 듭니다.
 
 
저는 어찌 해야 좋을까요? 정말 저를 이 세상에 내보낸 부모님을 꼭 좀 뵙고 싶습니다.ㅎㅎㅎ

댓글목록

서정만1님의 댓글

서정만1 작성일

전 책을 많이 보아서 '육체와 동일시를 놓아버려야한다'는 그게 가장 제가 바라는것이었어요..

근데 스스로 느끼기엔 동일시를 놓아버린다고 했지만..육체를 혐오하고있었구나 생각이 가끔씩

들기 시작했어요...그리곤 가끔씩 감각에대한 생각이 자주들었어요..

담배를 많이 펴서 담배를 피면서 음료수캔을 많이 마시는데

'어?음료수캔자체가 '내가 느낀다''내가 감각한다'고 말하진못하잖아'

'그런..나의 이몸이 느끼는거도 이상한데...?' 명확하진않지만 그런생각이 의문이

이상함이 많이 들었어요...에전에 '체득한다..몸에 각인시킨다'는 말을 타인이나 스스로에게

많이 했는데 그말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고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몸이 몸자체로 느낄수없는데..그런 나는 머지?'그런생각...

그냥 나은님의 생각에 몸과 동일시란말에 평소하는생각을 적어보았어용...

의문뒤에 답을 궁리해보았는데 명확하지않아서 그냥 ㅋㅋ

그냥 어렴풋이 의문과 이상함이 계속들긴하지만...

답변과는 다르지만 재미있는글 감사해용...

이나은님의 댓글의 댓글

이나은 작성일

정만님! 답변 감사합니다.^^
음료수캔 이야기 재미있네요. 저는 그런 생각까지 미처 해 본 적이 없는데 좋은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정만님께서 자유게시판에 쓰신 글들도 참 잼나게 읽고 있어요. 자주 올려주세요~^^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안녕하세요?
  그동안에도 즐겁게 잘 지내시지요?
  나은씨의 질문들을 하나씩 되짚어가며 답변을 드려볼 게요.^^

  "저의 생각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느끼는 것인데 나중에 떠오른 생각이나 마음을 인지할지언정, 애초에 이러한 생각과 마음이 일어나는 자리를 파악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이런저런 모양의 구름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게 하는 자리는 어디 일까요?
  그런 자리가 있어서 거기에서 구름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아뇨, 구름은 그냥 일어났다가 그냥 사라질 뿐입니다.
  그와 같이, 우리의 생각과 마음도 그냥 일어났다가 그냥 사라질 뿐입니다.
  애초에 그러한 생각과 마음이 일어나는 어떤 '근원적인 자리'라는 것은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자리를 파악하고자 하는 바로 그 마음이 '미망(迷妄)'인 것이지요.

  "세상 만물을 약동하게 하고 저로 하여금 하루를 살고 사고를 하고 마음을 느끼게 만드는 그 생명의 근원자리를 알고 싶다는 충동이 듭니다."

  마찬가지이지요.
  나은씨 이외의 다른 '생명의 근원자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은씨가 바로 그 생명의 근원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나은씨에게는 아직 그 '알고자 하는 마음'이 떨어져 나가지 않아서 그렇게 이원(二元)의 분별로 보일 뿐이랍니다.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명확히 확인시켜주는 이 육신을 떠난 ‘나’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네요."

  '나'란 본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육신도 '나'가 아니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 느낌 생각들도 '나'가 아닙니다.
  하늘의 구름이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지듯, 그러한 것들 또한 잠시 인연 따라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들일 뿐이지요.
  그렇듯, 무아(無我)가 바로 진아(眞我)랍니다.

  "다만 신이 나를 왜 (이렇게 육신을 입은 모습으로) 창조하셨을까 하는 궁금증, 저의 영적인 부모를 직접 마주하고 싶은 갈증 같은 게 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이 있듯, 이 세상에는 오직 나은씨가 있을 뿐입니다.
  나은씨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은씨가 모든 것입니다.

  "이 세상은 오직 하나라는데, 그 하나됨을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나를 발견합니다."

  실상(實相)은 '느낌'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실상과 '나'는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정 모든 사물 배후의 ‘하나됨’, ‘나’를 넘어서는 ‘하나됨’까지는 느낄 수가 없네요."

  '배후'라는 관념....
  '하나됨'이라는 생각....

  다만 매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은씨가 있을 뿐입니다.

우보님의 댓글의 댓글

우보 작성일

감사합니다!!!!!!!!!!!

이나은님의 댓글의 댓글

이나은 작성일

선생님! 이렇게 빨리 답변을 주실 줄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그냥 매 순간 있는 그대로.... 늘 해주시는 말씀인데도 제가 받아들이질 못했나 봅니다.^^
여전히 뭔가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받아들임이 힘든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저 그 순간에 머무는 것에 더욱 집중해 보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유수처럼님의 댓글

유수처럼 작성일

본문을 말씀하신 신(神),
댓글을 말씀하신 신(神),
여기 오직 신성의 흔적만 있음을 보고 갑니다.

이나은님의 댓글의 댓글

이나은 작성일

오~~~ @.@
저도 유수처럼님처럼ㅋ 멋진말을 할 수 있음 좋겠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느티낭님의 댓글

느티낭 작성일

캬~~~~~~~!
답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미망을 확인하고 갑니다.
그래서 시원한 순간.
캬~~~~~~~~!

이나은님의 댓글의 댓글

이나은 작성일

ㅎㅎ 저도 캬~~~~~~~~! ^^

만허님의 댓글

만허 작성일

자상하신 답변

잘 보고 갑니다_()_

임성순님의 댓글

임성순 작성일

김기태선생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지나다가 마음이 절로 끌리는 글을보고 그냥지날수 없어
감히 건방진 말씀드림을 용서하십시요.
하얀민들레님! 불청객이 감히 겁도없이 한말씀을 드려도 될른지요?
김기태선생님의 말씀에 보충적인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하얀민들레님은 분명코 이 존재의 근원을 발견하실겁니다
절절한 그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나의 이 근본은 나 스스로 이기에 찾기가 그리쉽지않습니다
허나 이 근원 이것은 지금까지 평생 한순간도 나에게서 떨어져본적이 없는,
 바로 지금! 이 글짜 한자 한자를 읽고 있는 이것입니다
아쉽지만 긴말씀은 드릴수가 없군요
참고로 저는 무심선원 이라는 곳에서 김태완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하고 있는 임 성 순  이라는 사람입니다
김기태선생님 죄송합니다. 부디 안녕히 계십시요

파초님의 댓글

파초 작성일

매순간 있는 그대로..로 생활할수 있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하지만 자꾸 걸린다면 다른 선택을 할수도 있습니다. 병행할수도 있고요.
사람마다 다 재능이 다릅니다. 누구에게나 한가지방법이 다 맞지는 않습니다.

공간님의 댓글

공간 작성일

근원자리가 없다니요?
참으로 어이가 없네요.
저 역시 근원자리를 찾고있는 사람인지라 동지의식으로 민들레님의 글을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저는 근원자리의 존재를 희미하게나마 느껴본 사람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언뜻언뜻 미세하게 부는 바람을 느끼듯..
미세하다해도 그 존재를 확신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이 머꼬?' 화두의 '이'를 느낀거지요.
근원자리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모양도 빛깔도 냄새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텅 비어 있습니다.
임제가 말하는 '형상없는 무위진인'입니다.
그게 없으면 우리의 육신은 한낱 송장에 불과할 뿐입니다.

공간님의 댓글

공간 작성일

혹시 오해가 있을까 싶어 덧붙입니다.
저는 어떤 집단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혼자 공부하고 있습니다.

임성순님의 댓글

임성순 작성일

공간님!  김기태선생님의 말씀의 의미를 잘 못 알아드셨군요
근본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고 나 이외에 바깥경계에서는 "이것 "을 찾을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것" 은 밝기로 말하면 백개의 태양이 비추듯이 밝고 확실한것이지
희미하게 나타나는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각일 뿐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이름은 위의 댓글에서 밝혔습니다.

공간님의 댓글

공간 작성일

말씀하시는 걸 보니 성순님은 아직 맛도 못 보셨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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