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는 마음'만 없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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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5,008회 작성일 21-10-07 21:44본문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은 “최근 제가 '도전'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공부를 해야 하고, 시험에 통과를 해야 하는 어떤 목표였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도전이 저에게 다가왔고 열의가 올라와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님이 온전히 마주해야 할 진짜 ‘도전’은 그렇게 밖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님 안에서 올라온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두려움, 벗어나고 싶은 마음, 모든 걸 놓고 싶다는 생각, 이걸 왜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밖’으로부터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올 때마다 (처음엔 대단한 열의로 시작하겠지만, 어느 때가 되면) 그보다 더 큰 압박감으로 님 ‘안’에서 그와 같은 마음들이 반복적으로 찾아와 또다시 님을 사로잡아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님은 “결과에 상관없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예, 진정으로 그럴 수 있기 위해 우선 님 ‘안’에서 찾아온 진짜 도전을 이번에 제대로 한번 마주해 보십시다. 그리하면 다시 ‘밖’으로부터 어떤 도전이 오더라도 언제나 "결과에 상관없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답’은 님 스스로가 이미 질문글 속에서 말씀해 놓았습니다. 즉, “무엇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원인과 결과를 스스로 만들어 놓음을 알고 모든 수행이라 붙여진 명상 등을 멈추었습니다.”라구요. 예, 바로 그 ‘구하는 마음’만 없으면 됩니다.
하지만 님에게는 여전히 그 마음이 강하게 있음을 봅니다.
명치가 아플 정도로 스스로를 자책하는 자신이 싫고, 두려움을 마주하기가 너무 두려우며, 평화로웠던 마음이 흙탕물로 어지러워진 느낌도 괴롭고, 그래서 '지금' 경험하고 있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구하는 마음’ 말입니다. 아뇨, ‘지금’은 벗어나거나 건너뛰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있는 그대로 경험하며 온전히 마주해야 할 현실이랍니다. 그때 님 안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힘과 깊은 평화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번 해보십시오.
단지 ‘지금’ 님의 내면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들을 온전히 ‘허용’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님이 얻고 싶어 하는 “결과에 상관없이 여유로운 마음”은 뜻밖에도 님이 벗어나고 싶어 하는 ‘지금’의 그 마음 속에 100%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언제나 기초가 부족해서 실패했다'
'시간이 있으면서도 하지 않은 내가 한심하다'
'이제 와서 더 하려고 하는 내가 한심하다'
'시험에 떨어지면 평가받겠지'
등등의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올 때―단 하루 동안만이라도 딱! 마음먹고―그저 그저 그것들이 더 마음껏 올라오고 더 마음껏 님 안을 헤집고 다니도록 ‘허용’하고 또 ‘허용’하고 더욱 더 ‘허용’해줘 보십시오.
그동안 평화로웠던 마음이 흙탕물로 어지러워진 느낌이 들 때에도 그것으로부터 달아나거나 그 마음을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더 흙탕물이 되고 더 어지러워지도록 내버려두고 또 ‘허용’해 주십시오.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모든 걸 놓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찰 때에도, 그 생각 또한 더 ‘허용’하고 또 ‘허용’하여 완전히 100%로 님 안을 가득 채우도록 해보십시오.
이걸 왜 시작했을까 후회가 밀려오거든, 그 쓰라린 마음 또한 낱낱이 ‘허용’하며 물기 하나 없는 그 순간의 마음을 온전히 경험해 보십시오.
그저 그저 지금 이 순간 님이 경험하고 있는 '그것'을 떠나지 말라는 말이지요.
만약 단 한 순간만이라도 님이 이렇게 해볼 수 있다면, 그래서 ‘구하는 마음’이 내려질 수 있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여유로운 마음”은 즉시로 님을 찾아와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 ‘지금’의 힘은 그처럼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랍니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은 어떤 상태에 있든, 어떤 마음이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직 지금에 저항하며 무언가를 따로 찾고 구하기 때문에 ‘없는’ 문제에 스스로 갇혀 고통과 괴로움을 받게 된답니다. 이 '진실'을 이번에 다시 님 안에서 찾아온 그 '도전'을 통하여 또렷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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