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때는 추위 속으로 들어가고, 더울 때는 더위 속으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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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4,245회 작성일 21-09-29 12:01본문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실험’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나라 때 고승인 동산양개(洞山良价) 화상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습니다.
“추위와 더위가 닥치면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동산화상이 말했습니다.
“왜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지 않는가?”
그러자 그 스님이 다시 물었습니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은 어디입니까?”
이에 동산화상이 대답합니다.
“추울 때는 추위 속으로 들어가고, 더울 때는 더위 속으로 들어가라.(寒時寒殺黎 熱時熱殺黎)”
이 말은 곧 “밖에서 찾지 말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문제’란 본래 없는 것인데 스스로 ‘문제’라고 여기며 그것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거부하기 때문에 그 마음에는 '문제'를 해결해 줄 '답'이 따로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그 ‘없는 답’을 찾아 밖을 기웃거리며 헛되이 찾아다니기에 하는 애틋한 말인 것입니다.
‘문제’란 본래 없습니다. 그렇기에 ‘문제’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비로소 그 ‘진실’을 밝게 보게 되어, 우리는 저절로 마음의 해방과 자유를 맞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님 안에서 열등감, 수치심, 죄책감이 올라오고, 남보다 못났다는 생각도 올라올 때, 그리고 회사에서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 참 못났다 하는 마음이 자주 올라올 때 님은 “그냥 다 허용하기로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뇨, 그렇게 퉁 치듯 해버리고는 “잘은 되지 않지만요.” 하고 가볍게 넘어갈 것이 아니라, 좀 더 주의 깊고 세밀하게, 두 눈 똑바로 뜨고 매순간 님 안에서 올라오는 그 감정들을 만나고 맞닥뜨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단 한번의 진정한 ‘허용’만으로도 그 ‘진실’을 밝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님이 진실로 그렇게 하실 수 있다면, 그래서 님 안에 남모르는 열등감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진실로 ‘인정’하고 ‘시인’하게 된다면,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수치심이 올라올 때―다른 힘든 감정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그것을 외면하거나 달아나거나 변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 순간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지금까지 지켜온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버릴 것 같은 괴로움도 동시에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스스로를 ‘실험’하시는 님의 마음이 좀 더 진지하고 진실하다면, 그 순간에도 피하지 않고 달아나지 않고 올올이 그 고통과 괴로움을 다 받아내며 그냥 치르고 있을 것입니다.
님은 “삶은 완벽하고 완전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걸 느끼고 싶어요. 생각, 감정, 느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또 몸의 아픔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싶네요.”라고 말씀하셨지만, ‘자유’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고 무겁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만, 다만 이렇게 질문을 주셨으니까, 이런 기회를 통해 '실험'하고 있는 님의 마음을 한번 돌아보시면 좋겠다는 애틋함에서 답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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