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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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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자 댓글 0건 조회 5,761회 작성일 10-06-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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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을 읽고, 공감이 갑니다.
현재 저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교직 8년차구요. 이제 신규교사의 딱지를 떼고, 어엿한 중견교사라고 해도 되겠지요. 8년간 교직을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 앞에 서면 부끄럽고, '이게 아닌데...' 하고 고민을 하고 삽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저의 초임때 생각이 나는군요.
초임때 6학년을 맡았는데, 어찌 그리 힘들던지... 하루 하루 학교 가기가 천근만근...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었습니다.
초임이라 아이들이 얕보고 말도 안듣지, 수업은 항상 시끄러워 진행이 안되기 일쑤고, 싸움에 도난사고에... 하루라도 조용히 지나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교사에 대한 나의 '이상적 모습'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하루 하루 버티기가 참으로 버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 출근하기전 왜그리 학교 가기가 싫던지,,, 저는 결근했습니다. 무단으로^^ 학생도 아니고 선생님이 무단결근을 했으니... 그것도 하루가 아니고 이틀씩이나 말입니다. 영주 소백산에 올랐습니다. 마땅히 갈 곳도 없어 그냥 발길이 닿은 곳이 소백산입니다. 그해 5월의 소백산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희방사 계곡의 시냇물과 만개한 철쭉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당연 교감 선생님은 난리가 났죠. 이틀 뒤 나름 비장하게 교감선생님께 사직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교직은 나의 적성이나 능력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그날 저녁 교감, 교무부장선생님과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요점은 '나혼자 그런것 아니라고.. 모든 선생님이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혼자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한번 더 해보자고...'
그후 저는 지금까지 하루 하루 교직생활을 다시 한 것이 어언 8년이 되어갑니다. 힘든 중에 가끔씩 김기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삼습니다.
학교 생활은 하루에도 수십가지 감정과 생각이 오고 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웃기도 하고, 참다가 울컥 화가 치밀기도 하며, 짜증과 분노, 회의가 밀물처럼 밀려들기도 하지요. 그런 가운데 김기태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 하나하나의 감정이 소중한 나의 에너지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힘들고 짜증나는 상황을 저항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겪어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마주하다 보면 저절로 지나가더라구요.
님 힘들겠지만 김기태 선생님 말씀처럼 한번 맞닥뜨려보면 어떨까요? 그냥 편안하게 님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하나씩 배워나간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님의 짐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님 힘내시고 다시 한번 화이팅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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