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도 no 사람도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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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결벽 댓글 1건 조회 8,629회 작성일 15-04-12 09:0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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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님의 마음의 힘겨움 만큼이나 제 마음도 몹시 애틋해져옴을 느낍니다.
그리고 님 자신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행동방향을 잡지 못해 질문을 드려요"라고 님은 말씀하셨지만, 모든 방향이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그 방향을 택하느냐에 따라서요.
우선 님은
"그러니까, 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맘편하게, 물건과 사람에 대한 제 결벽을 유지하며, 그래, 나는 이럴 뿐이야, 이겁니까?"라고 말씀하셨는데,
예, 그것 또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래, 나는 이럴 뿐이야."라고 말은 하지만, 진심으로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마음 밑바탕에서는 그런 자신을 싫어하고 거부하고 부정하면서도 입으로만 그렇게 말을 하며, 결벽에 함몰되어 있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받아들이는 '모양'만 있지 진정한 '받아들임'은 없는 것입니다.
님의 마음을 조금만 더 깊이 진지하게 들여다보십시오.
그리하여 만약 님이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매 순간의 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매 순간의 님 자신과 진실로 하나가 되어 다만 님 자신으로 존재할 수만 있다면, 오래지 않아 결벽은 저절로 사라져갈 것입니다.
두 번째로 님은
"아니면, 더러워서 미치겠지만 그냥 더러움에 머문 채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절대 안먹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살쪄가는 나를 괴롭지만 용납하고, 거치적거리고 짜증나는 인간관계를 맺으며, 그래 괴롭구나 이게 나이다, 하는 겁니까?"라고 말씀하셨는데,
만약 님이 이 두 번째의 방향을 택하신다면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하려 할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만 하면 됩니다.
즉, 절대 안먹는 음식들을 먹을 필요도 없고, 거치적거리고 짜증나는 인간관계를 맺으려고 애쓸 필요도 조금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기피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하나, 더러움에 머문 채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아 보십시오.
앞으로 한 달간만 집에 있을 때 청소도 소독도 하지 말고, 머리카락이나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어도 줍거나 치우지 말며, 그 고통과 괴로움 속에 자신을 내어맡긴 채 그냥 있어 보십시오.
만약 진실로 님이 마음을 내어 그렇게 해보실 수 있다면, 그 한 달을 다 채우지 않아 이미 '변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 님은
"또는, 어떤 방향을 취해도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까?"라고 말씀하셨는데,
예, 어떤 방향을 택해도 상관없습니다.
'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그 방향을 택하는 님의 마음, 즉 진심으로 내딛는 님의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