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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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답답 댓글 1건 조회 7,931회 작성일 15-07-10 18:21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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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님처럼 깨달음을 구하며, 끊임없이 의문하며, 알고 싶어 할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어딘가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심코 발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손바닥만한 크기의 나뭇잎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을 손에 집어 들고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내,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날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
사실 그때는 이미 ‘사물의 이름’과 ‘사물’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손바닥 위에 올려진 그것이 무엇인지를 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나뭇잎이라는 ‘이름’은 단지 우리가 붙인 기호일 뿐이니까요.
그 후 저는 어느 순간 문득 깨달음을 얻었고, 모든 의문이 사라졌으며, 동시에 저를 언제나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던 목마름이 영원히 제 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저는 ‘나뭇잎’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을까요? 여전히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릅니다. 아니, 이젠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나뭇잎이라 하든, 똥막대기라 하든, 아무런 이름을 붙이지 않고 그냥 ‘그것’이라고 하든.... 그래서 저는 그것을 그냥 ‘나뭇잎’이라고 말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냐 하면, 님 안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의문들은 마침내 ‘답’을 알게 되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뜻밖에도 ‘의문’이 사라지면서 이미 처음부터 온통 ‘답’밖에 없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것이지요. 답 속에서 답으로 존재하면서도 끊임없이 답을 찾고 구했던 아이러니를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알아야 할 '답'은 본래 없었습니다.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참 잡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하니 죽을 노릇입니다..."
"너무너무 답답합니다, 선생님..."
예, 그렇게 조금만 더 죽을 노릇으로 계십시오.
조금만 더 답답하십시오.
그러면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머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