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짝사랑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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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리움 댓글 1건 조회 8,127회 작성일 15-05-26 19:4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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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 전에 '글래디에이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련한 기억 속에서 특히 제 가슴에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는 장면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영화를 시작하는 첫 장면에서 주인공(러셀 크로우)이 손바닥을 땅으로 향한 채 손가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풀잎들의 감촉을 하나하나 느끼며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입니다. 남자이면서도 참 섬세하구나 생각하며 그 첫 장면을 따라가는데, 이윽고 주인공이 벌걸음을 멈춘 곳은 바로 피비린내나는 주검이 오가는 전쟁터였습니다. 아, 전쟁터에서의 그 잠깐의 휴식에서조차 주인공은 풀잎들의 감미로운 감촉을 느낄 줄 아는 가슴을 가진 남자였구나! 저는 그 첫 장면에서부터 울컥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또 하나는, 영화의 중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주인공을 사랑하는 한 여인이 자신의 집 정원을 걸어가는 장면입니다. 그 남자를 깊이 사랑했지만 그는 이미 전쟁터로 떠났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햘 수도 없었지만, 여인의 가슴 속에는 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히 흘러넘쳤던가 봅니다. 아, 정원을 걸어가던 그 여인이 문득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데, 온통 사랑으로 가득 했던 그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미소를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 아름다워라!
사랑은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자연스레 동반하지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사랑만으로 행복할 수는 없는지요.
사랑이란 것에 냉소적이던 님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랑에 감사할 수는 없는지요.
태양이 제 스스로 빛을 내듯 사랑은 사랑만으로 이미 충분히 눈부시기에, 그저 그 눈부심에 가만히 미소지을 수는 없는지요.
아, 그래도 님은 님의 전부를 뒤흔들어놓는 사랑을 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