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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물어야 하는 존재의 슬픔 혹은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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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9,776회 작성일 06-02-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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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냥 화낼까요?"라는 님의 질문을 접하면서 무언지 모를 슬픔 같은 것이, 아픔 같은 것이 가슴 밑바닥을 채워옴을 느낍니다. 아, 우리는 제대로 화낼 줄도, 미워할 줄도 모르는구나. 그냥 화내고 그냥 미워하면 될 것을, 그 지극히 자연스런 감정 앞에서조차 우리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스스로에게와 남에게 물어야 하는구나, "그냥 화낼까요? 미워할까요? 말까요?"라고.
아, 그러면 제대로 사랑할 줄은 알까? 제대로 용서할 줄은 알까?
님이여.
어린아이는 그렇게 물을까요?
그래서 "휩쓸림 없는 그냥 그대로가 뭔지나 알 때 그냥 그대로 둘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는 님의 말씀처럼, 어떤 정답 같은 것을 찾아낸 다음 행동에 옮길까요?
아뇨, 어린아이는 그냥 매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두자니 열이 나고, 마음 나는 대로 내자니 불이 납니다. 열나다 못해 홧병이 생겨 몸이 상합니다. 불나다 못해 피를 보니 인생 끝입니다."라고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어린아이가 잘못된 것일까요?
아뇨, 오히려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는 진실로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예수도 말했어요,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 ― 삶의 진정한 해방(解放)과 해탈(解脫), 그 영원한 자유, 행복 같은 것 ― 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복음 18:3) 라구요.
님이여.
어린아이처럼 그냥 미워하고 그냥 화내면 안될까요?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살면 안될까요? 그러면 인생이 엉망이 되고, 그나마 지켜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무질서하게 될 것 같은가요? 님의 말씀처럼, 마음 나는 대로 내자니 불이 나고 급기야 피를 보게 되어 마침내 인생이 끝장날 것 같은가요? 왜 우리는 이토록이나 우리 자신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요?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요?
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을까요? 그 지극히 작은 감정 하나에서조차 자연스레 소통하지 못한 채 왜 이렇게 스스로 억압하며 힘들어져 버렸을까요? 왜 우리에게 그런 온갖 갈래의 부자유가 덧씌워져서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호흡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고 겁을 내게 되었을까요?
물론 저도 그런 억압과 굴레와 한없는 부자유 속에서 오랫동안 숨막혀 하며 살았더랬습니다. 님처럼 화도 제대로 내지 못했고,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했으며, 제대로 기뻐할 줄도, 슬퍼할 줄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하면 뭔가 안될 것 같고, 잘못된 것 같고, 못난 것 같고, 부족한 것 같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끊임없이 남들을 의식하며, 저의 모든 감정과 느낌과 생각들에서 한없는 부자유함과 어색함들을 느꼈더랬습니다. 아,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숨조차 쉴 수 없는 삶의 매 순간순간이 바로 지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답은 뭔가? 도대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나는 이 모든 스스로의 억압과 구속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을까……?
그런데 님이여.
15년이 넘도록 '자유'를 찾아 처자식까지 버려가며 미친 듯이 몸부림치다가 마침내 그것을 얻고 보니, '자유'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며,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기뻐하며, 화날 때 화내고, 미워질 때 미워하고, 배고플 때 밥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이 너무나 평범한 우리네의 있는 그대로의 삶 그 자체가 바로 자유였습니다. 자유란 그와 같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일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자유'란 본래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 자신이 이미 '자유'였고, 본래부터 저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저 자신을 구속하는 건 본래 아무 것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님의 마음의 그 설명할 수 없는 구속감을 이해합니다. 자신이 이미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순간도 자유할 수 없는 그 아이러니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또한 다행한 것은, 님의 마음 안에서 항상 살아 움직이고 있는 어떤 '억압'입니다. 미워하고 화내는 일상의 지극히 자연스런 감정에서조차 언제나 주저하며 망설이게 하는 어떤 '억압'이 님 안에 있다는 것이 저에겐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님의 '자유'를 앗아간 부분도 명백히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님 스스로를 방기(放棄)할 수 없도록 붙들어주는 역할도 하니까요. 그래서 님은 결코 "불나다 못해 피를 보니 인생 끝입니다."라는 데에까지는 갈 수 없음을 압니다.
그렇다면 이제 님 스스로를 '실험'해 볼 수는 있습니다.
가급적 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실험' 말입니다.
이미 님 안에는 '억압'이라는 형태의 자동제어 기능이 있으니까 아무 염려하지 말고 매 순간 한 번 자신에게 솔직해 보세요. 화나면 화내고, 미워지면 미워하고 말입니다. 모르겠으면 그냥 모른 채로 있고, 안절부절못하면 그냥 안절부절못해 보는 거지요. 진실로 그렇게 매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한 번 솔직해 보세요.
'억압'이 강한 만큼 그렇게 하기가 힘들겠지만, 그러나 어디까지나 '실험'이니까 해볼 수는 있잖아요.
이렇게 말하면 대뜸 "나는 '실험'한다지만, 그것이 남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것도 염려하지 않아도 되어요. 왜냐하면, '억압'이라는 에너지와 '실험'이라는 깨어있음이 모두에게 상처보다는 오히려 묘한 각성과 배움을 선사할 테니까요.
그렇게 조금씩 '실험'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과 삶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입체적'으로 되어가고, 그런 만큼 많은 것을 '이해'하게도 되어, 자유는 문득 님과 둘이 아님을 일상 속에서 알게 될 것입니다. 진실로요.
사실 '자유'란 그다지 멀리 있거나 특별한 무엇이 아니거든요.
고맙습니다.

* * *
그냥 화낼까요?
아라파자나 06-02-23 23:48
선생님께선 그냥 그대로 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것은 휩쓸림 없을 때나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누구를 미워하면 화가 납니다. 미워할까요, 미워하지 말까요. 화를 낼까요, 화를 내지 말까요. 그만두자니 열이 나고, 마음 나는 대로 내자니 불이 납니다. 열나다 못해 홧병이 생겨 몸이 상합니다. 불나다 못해 피를 보니 인생 끝입니다.
휩쓸린 대로 두자니 휩쓸리고, 빠져 나오자니 휩쓸리고……휩쓸림 없는 그냥 그대로가 뭔지나 알 때 그냥 그대로 둘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냥 그대로 둘 수 있다면 미워할 일도, 화낼 일도 없겠지요.
그냥 그대로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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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질문

메는 '메'가 아니라 메요, 물은 '물'이 아니라 물이라는데, 도를 도라 하면 왜 도가 아닙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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