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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거듭된 질문을 받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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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9,296회 작성일 06-03-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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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거듭된 질문을 받고 보니, 지난 홈페이지 <질의응답>방에 있는 글 하나를 퍼서 올리려던 생각은 그만 부질없어져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님 안에서 어떤 오만 같은 것, 어떤 엉터리 같은 것, 어떤 허구 같은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계속 살아야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님이 올리신 글에 대하여 '저승사자'님이 '봄바람'님의 댓글에 답을 하시면서 "봄바람님, 무루님은 죽고 싶어 그러시는 것이겠소. 이미 죽음을 선택했다면 이 방에 글을 올렸겠소. 고통과 두려움 때문이라오……."라고 지적 ― 그러나 저는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님의 깊은 오만의 그림자를 봅니다 ― 하셨음이 그것이요, <자유게시판>에서 윤양헌 선생님께서 "타인이 빠지고 오직 '깨달은 자기만' 있는 자들의 오만방자함을 보면 저절로 구역질이 솟구친다. 자궁을 외면한 채 '자기'를 찾았다 하니 이보다 더한 가관이 어디 있겠는가 싶다. 삶의 일상을 외면한 채 가르친다 하니 가관이요, '관계'의 감각도 모른 채 '도'를 떠들어대니 가관이다."라고 일갈하심이 그것이며, 님이 저의 답변에 대하여 재차 질문을 하시면서 "겉은 행려병자의 몰골이더라도 정신만은 걸림 없는 평화 속에 자유롭게 마감하고 싶었는데……지금 저의 마음은 병들고 쪼그라진 이 육신 이것이 없다면 한 가닥 남은 제 걸리는 마음도 없어질 것 아니겠습니까……."라는 님의 말씀에서도 저는 분명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병(道病)…….
지금의 님을 생각하면 대뜸 떠오르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도병(道病)……. 지금 님은 제가 보기에, 스스로 말씀하신 '지독한 고통과 투석과 의식을 잃을 정도의 아픔' 보다도 더욱 더 깊게 도병에 걸려 있습니다. 그 도병이 눈 앞을 가려 님의 '현재'를, 그 마음의 커다란 허구와 허식을, 과거의 자취와 흔적들로써 의식과 사고(思考)를 치장한 그 엉터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아, 님은 몸의 병보다도 마음의 병이 더 깊습니다.
이젠 그만 하시지요.
님이 끝내어야 하는 것은 육신의 목숨이 아니라, 마음의 그 교활한 장난입니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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