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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에 몇십 년을 쏟아 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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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9,421회 작성일 06-03-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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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었던 책 <꽃들에게 희망을> 맨 마지막 페이지에 보면 '글쓴이의 말'이 있는데, 거기에 보면 이런 말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느 미술가에게, 그 그림을 그리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5분이 걸렸고, 그리고 나의 온 생애가 걸렸습니다."고 그는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님의 처음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도 그와 같습니다.
그 몇 시간에 저의 온 생을 담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하여 님께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의 답변글을 조금만 더 곱씹듯이 여러 번 거듭하여 읽어봐 달라는 것입니다. 마치 소가 그 먹은 것을 거듭거듭 되새김질 하듯이요. 그러면 자꾸만 새로운 맛이 날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질문하기에 바빠 진실로 간곡하고도 애틋하게 주어진 답변에 대해서조차 그냥 무심히 흘려버리거나 놓쳐버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요.
님의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드려 보고 싶습니다.
님이 이 글을 읽으시는 날로부터 앞으로 한 달간을 저랑 함께 '실험'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무슨 '실험'이냐 하면, 님은 제게 "문제에 쌓이고 과거의 회한과 불만, 현재, 미래에 대한 갈망과 욕망, 두려움에서 자유하려면 어떠한 삶의 자세와 실행이 필요한지, 그리고 엉키고 꼬인 인간관계의 신뢰와 갈등 문제는 또 무엇이며 어떠한 대처로 풀어야 하는가요?"라고 묻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을 풀 수 있는 열쇠를 한 번 쥐어보자는 것이지요.
즉, 앞으로 한 달간을
① 하루의 일과를 다 마친 다음 잠들기 전 5∼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코끝에 의식을 모아, 들고 나는 호흡을 바라보기
②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정해 108배를 하기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한 달간 님이 직접 해보는 것이 제가 제안하는 '실험'입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님의 자유이구요.
다만 주의 사항은,
① 어느 것을 선택하든 두 가지 모두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떠오른 태양이 저녁에 그냥 무심히 지듯이, 계절이 그냥 왔다가 그냥 가듯이, 호흡이 그냥 들고 나듯이 그렇게 <그냥> 하시면 됩니다. <그냥> 하기에 이것은 명상도 아니고, 수행도 아니며, '공부'도 아닙니다. 그냥 놀며 장독 두드리듯이 하는 것입니다.

② 따라서 호흡을 바라볼 때도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수를 헤아리거나 단전에 집중하거나 하는 등으로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들고 나는 호흡을 단지 바라보면서, 호흡이 들어가면 들어가는 줄 알고 나오면 나오는 줄 알기만 하면 됩니다. 이때 '호흡'은 곧 '생각'인데, '생각'을 따라가게 되면 이미 '호흡'을 놓친 것입니다. 그래서 '호흡'을 놓친 줄을 알면 <그냥> 다시 '호흡'에로 돌아오면 됩니다.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도 말고, 놓쳤거든 "또 놓쳤구나!" 하며 자신을 닦달하지도 말고, <그냥> 다시 '호흡'에로 돌아오면 됩니다. 그냥 다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안히 쉬는 마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한 달간> 이 약속만 지키면 됩니다.
이 '실험'의 핵심은 얼마나 호흡을 놓치지 않고 집중했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런 의도나 목적 없이, '의미'를 찾지도 말고, <그냥> 한 달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③ 108배도 마찬가지입니다. 님의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이든지, 아니면 마치고 난 다음이든지 님이 편한 시간을 정해 <한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그냥 108배를 해보는 겁니다. 다만 이때도 아무런 의도나 목적 없이 <그냥> 하는 게 중요합니다. 108배를 하는 중에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내어버려 두고, 또한 잡생각이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의식적으로 108배에 집중하려고 하지도 말고, 생각을 안 하려고 하지도 말고, '의미'를 찾지도 말고, 하기 싫으면 싫은 대로 그냥, 그야말로 <그냥> 108배만 해보는 겁니다.
그런데 다만 108배는 '108'이라는 숫자가 있으니까, 108염주를 하나 구입하시면 좋겠네요. '숫자'를 헤는 것보다는 염주를 굴리면서 <그냥> 하는 것이 더 나으니까요. 제게도 선물로 받은 108염주가 하나 있긴 합니다만, 이것이 보다 효과적인 것은 굳이 숫자를 헤지 않더라도 처음과 끝을 알 수 있도록 염주에 천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108배를 하다보면 어느새 다 했음을 그 천이 살포시 알려주니까요.
둘 가운데 어느 것을 하시든 님에게는 전혀 새로운 '각성'과 경험을 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속에서 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님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입니다.
한 번 해보세요.
님은 제게 이해가 갈 수 있도록 답변해 달라 하셨지만,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그냥 한 번 따라와 보면 안될까요?
고맙습니다.
* * *
다시 질문 드립니다.
달그림자 06-03-19 02:33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너무 무지하고 잡념에 찌든 탓에 항시 핵심에 접근은 아직 되지 않는군요. 말씀이 옳다고 느낌은 있으나 실제가 와닿지가 않습니다. 제 질문이 오늘 새로 올라온 선생님의 답해주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다시 질문 드립니다.
문제에 쌓이고 과거의 회한과 불만, 현재, 미래에 대한 갈망과 욕망, 두려움에서 자유하려면 어떠한 삶의 자세와 실행이 필요한지, 그리고 엉키고 꼬인 인간관계의 신뢰와 갈등 문제는 또 무엇이며 어떠한 대처로 풀어야 하는가요?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 선생님의 답에는 한 가지일 듯 싶지만, 우매한 질문임을 감안하시어 좀 제가 이해가 갈 수 있도록 가르침을 다시 청합니다.
글 쓰시는데 자꾸 시간을 뺏게 되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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