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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님의 탓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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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541회 작성일 08-06-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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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화 속에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영혼의 곰 08-06-19 23:54


안녕하세요, 선생님. 푸른 오월... 선생님 책을 만난 건..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한 달 넘게...있는 그대로 보며, 있는 그대로 들으며, 있는 그대로 느끼며, 그저 그냥 있는 그대로 살려고 노력했고 또한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그리고 작지만 큰 변화도 있었습니다..지병으로 지니고 있던 습관성 짜증과 벌컥증도 거의 사라지고...그냥 이유없이 기분 좋고 행복하고, 심지어는 골목에서 개똥을 밟아도 감사했습니다...밟을 발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누가 제게 화를 내어 그때문에 제가 화가 나더라도 그냥 이유없이 행복을 느꼈습니다...^^ 근데....딱 한 사람 때문에 나는 화는 어떻게 감당이 안 됩니다...바로 제 어머니입니다...이 글을 읽으시면서 이런 호로자식이 있나 그러실 수도 있겠지만..끝까지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이 힘들고 모든 일이 안되는 것이 바로 아들인 저의 탓이라고 서슴없이 얘기하십니다...물론 노상 그러시는 건 아니지만...기분이 좀 안 좋으시거나...저와 의견 충돌이 있을 시 무조건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래!!" 하시며 육두문자를 적절히 곁들여 주십니다...후...정말 그럴 때면.....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싶습니다..실제 끈을 놓고 대든 적이 몇 번 있습니다...어머니 말씀을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죠...그럼....이런 반응이 옵니다.."어디서 말대꾸야!! 그 애비에 그 새끼라더니, 서방 복이 없으면 자식 복도 없다더라.....&%&(&(*()" 그리고 그 다음날 화를 못 이기시고 망막에 출혈이 생기거나 두통 때문에 움직이시질 못합니다...그러시는 게 더 속상해서 그냥 참고 10년을 넘게 지내다 보니 오히려 화가 저를 잠식하더군요...그래서 20십대에 습관성 짜증과 벌컥증(일명 화병)을 지병으로 얻었습니다....못 믿으시겠지만..이 지병으로 모 의료원에서 운영하는 화병클리닉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선생님 책을 만났고, 화 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그런데...어머니께서 제게 내시는 화는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 속에 그냥 있어도...그 화 속에 있어 보아도, 그런 나를 인정해보아도, 정신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온 몸 세포 하나하나가 폭발하려고 합니다...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그 모든 것이 나의 탓이라고 인정을 해도..몸이 인정하지 않습니다...어떻게 해야 할까요...그 화를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선생님. 화내는 나 자신을 인정해?.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도와주세요....


* *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어머니께서 그렇게 화를 내시는 것은 결.코.님.의.탓.이.아.닙.니.다. 그리고 정확히, 어머니의 화는 님을 향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어머니 자신을 향한 끝없는 탄식과 한숨과 절규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어머니 안에도 켜켜이 쌓인 분노와 좌절감과 슬픔과, 그 모든 것이 뒤범벅이 된 억울함 같은 것이 가득하다 보니, 그것이 그냥, 어쩔 수 없이, 때때로 님에게로 터져 나오는 것일 뿐입니다.

상처의 대물림....

어머니의 가슴 속에 있는 그 한없는 상처가 그대로 님에게로 흘러 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어느 누구의 탓도,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런 가슴 아픈 일들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것이지요.

(아, 이것을 님이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어머니의 분노를 허용해 주십시오, 더 깊은 마음으로부터, 더 마음껏!

그것은 님의 탓도 아니요, 님의 몫도 아닙니다.

오직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 풀어져 나와야 할 어머니의 몫이요, 어머니의 상처입니다.


이 모든 것을 깊이 이해했을 때, 이제 님은 님 자신의 몫에만 온전히 주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어머니와 맞서지 않으면서도 (아니, 오히려 맞서지 않기에 더욱)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섬세히 만나며

‘나’ 또한 온전히 허용해 줄 수 있는 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듯, 님에게

어머니와의 깊은 분리로부터 비롯된 한 지혜가 생겨나

님이 살고, 어머니가 함께 살아나는 감사한 순간을 맞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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