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수행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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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우선 댓글 6건 조회 8,687회 작성일 07-04-24 21:27본문
안녕하세요. 김기태 선생님!
지금 현재 여기에 있는그대로 다가오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 도이며 수행이라는 것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몸과 마음이 하고자 하는대로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도라고 말합니다.
전 오래 전에 어느수행 단체에 입문을 하고 수련을 시작했는데 도반들이 마음을 닦는 것이 수행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고 잘 알지 못하지만 반드시 있는 이 마음!
수행방법에 따라 초발심때 열심히 했는데 오직 하나에 집중이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어요. 도가나 요가에서 말하는 처음에 맛보는 신비체험임을 나중에서야 이해했습니다.
사람마다 최초의 경험은 다를 수 있느나, 첫 단추를 끼운 것만은 같다고 봅니다.
잘 끼웠는지 잘못 끼웠는지는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 확실히 알거라 사료됩니다.
풀어지면 다시 끼워야 겠고요. 처음에 잘 끼웠는데 나중에 잘못끼울 수도 있고요.
지금은 초발심은 온데 간데 없는 것 같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하기는 해야 되는데 게을러서......,다른 일에 신경 쓰이고 수행은 뒷전이 되었습니다. 정식은 가끔 하고 약식으로만 합니다.
사람은 재미있거나, 꼭 필요하면 하게 되어있지요.
선생님의 수행 편력을 보면서 느낀 바가 많이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어느 길이나 대개 먼저 갔던 사람의 길을 비슷하게라도 따라 가게 된다고 봅니다.
책을 보거나, 수행을 하거나, 사색을 하거나, 고행을 하거나, 등등등......,
각기 다른 사항에 처해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제시할 만한 수행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제가 하는 수행법과 비교하고 싶은 마음과 수행 체계를 정리하셨는지도...)
경을 열심히 보면서 궁극적인 의미를 깊이 사색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 도를 구하는 갈증이 극에 달해서 집중될 수도 있고요, 어느 한 생각에 깊이 빠져서 화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생각과 행동이 진아를 찾게 되는 씨앗이 되었는지 궁금한 것입니다.
나아가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일정한 결과가 나오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질의응답을 모두 둘러보고 제가 드릴 질문이 중복되는지 찾아 보려했으나, 포기하고 질문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문현답을 원하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집중님의 댓글
집중 작성일
생각이 나오기 이전자리를 집중해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있는 그대로'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 알아둘 필요가 있는 가르침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생사일여의 깨달음에 갈 수는 없는 거 같습니다.
일우선님의 댓글
일우선 작성일
생각이 나오기 전의 자리?
너무 모호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 적이 없어요. 굳이 있다면 한 번! 초발심에 열심히 할 때오롯이 집중되었을 때입니다.
삼매 상태에서만 어느 대상에 대해 진실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무명님의 댓글
무명 작성일
라마나 마하리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로 본성에 이르라고 가르쳤습니다.
참나는 몸이나 생각(마음)이 아닙니다.
몸이나 생각은 하나의 쓰임일뿐, 그것들을 쓰고있는 주체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고 깊게 파고드는 것입니다.
그 속으로 자신의 전존재를 갖다 바치는 것입니다.
일우선님의 댓글
일우선 작성일
"나는 누구인가?"는 바가바드기타, 라마크리슈나,요가난다와 함께 참 감명깊게 읽은 책 중에 하나입니다.
김기태선생님이 화두처럼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시나요?
그렇게 하시지는 않고 상대가 물어오면 집착했던 것을 놓아버리고, 벗어버리려고 했던 것을 끌어안으라는 말씀만 하시는 것 같아요.
분명 정말 좋은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그런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김선생님처럼 방황을 끝낸 사람만이 할 수 있어요. 같은 말이라도 정말 똑같은 말이 아니니까요.
김기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었는데 말씀 해주실 때가 안되었는 지, 해줄 필요가 없는 질문인지, 해주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보였는 지......,
저는 실은 맞는지 틀리는지 따지거나, 이러쿵 저러쿵 말꼬리 잡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은 말이 필요없죠.
헤세의 소설 싯달타에서 정말 좋아하는 글귀가 있는데 "말이란 그 속에 간직한 뜻을 그르치기 쉽다" 입니다. 실제로 말은 한계가 너무 많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선생님께서 여러사람들의 마음을 어느 순간 말로 자극해서 스스로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능력과 공력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이쯤해서 답을 기다리는 것을 접겠습니다.
글을 읽고 감동하는 것으로 도움을 받고, 저는 그저 가던 길을 그냥 그대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무명님 답변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지금 답변을 쓰고 있답니다, 일우선님.
오전 중으로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일우선님의 댓글
일우선 작성일
김선생님! 답변 해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다리다 포기했었습니다. 그러나 또 혹시나 하고 열어보니......,
기분이 매우 좋아지네요.
선생님께서 보신대로 정확히 맞습니다. 전 지금까지 그것을 마음에서 놓아 본 적이 없어요. 몸은 하지 않더라도요.
그 동앗줄을 놓을 생각은 단 한번도 해 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에서 놓을 생각이 없어요.
선생님과 여기 회원님들이 보시기에 일우선 저 사람은 아직도 덜 되었다고 생각하시라 봅니다.
선생님과 회원님들이 따로이 특별히 정해진 수련법이 없고, 그런 것들이 필요치 않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군요.
그러나 저는 저도 모르게 찾고 또 찾았던 스승님을 만나뵙고 수련법을 받았고, 살아 계실 때 3년 정도 가까이에서 모셨습니다.
스승님은 너무나 자연스러우셔서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 같기도 하고, 친한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무서운 황제 같기도 하고,등등 또 50여년 동안 한결같이 살면서 어떻게 저런 주옥같은 글들(91권)을 쓰셨을까 놀랍기도 해서 정말로 존경하고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마음이 절절합니다. 지금도요.
분명 생명줄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썩은 동앗줄를 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승님은 도덕경 중에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을 "도가 도값을 하려면 비상한 도이여야 하고, 이름이 이름값을 하려면 비상한 이름이여야 한다. 정상과 순리가 도인데, 이 정상에서 벗어난 비상은 비상으로 정벌해야 한다. 잘못한 놈이 힘으로 우겨서 제 잘났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더 비상한 힘으로 눌러서 알게 해주어야 한다." 고 해석하셨어요.
도를 통했다고 해서 하늘로 솟을 것인가, 땅으로 꺼질 것인가 인간은 밥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이 세가지만 잘하면 된다고 하면서 이것을 잘 하기가 참 어렵다고 하셨어요. 제 때에 골고루 잘 씹어서 맛있게 적당히 먹기 힘들다. 혹 욕심이 많거나 은행에 빚이 있거나 아프거나 고민거리가 있거나 바쁘거나 등등등 그러면 자연의 규칙대로 잠도 제 시간에 잘 못자니 잘 일어나지도 못한다. 대소변도 제대로 못 본다. 소변도 하얗게 시원하게 보고 냄새도 좋아야 한다. 대변도 하루에 한 번 노랗게 모양을 제대로 만들고 냄새도 좋아야 하고 화장지에 묻어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잘못하기는 쉬워도 잘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자연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기 어렵다. 인간이 게으르고 무지하고 욕심부리고 억지로 하며 고집피우고, 모두들 스스로의 양심은 잘하고 잘못한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잘못한 것을 잘했다고 거짓말 하고 착각하고 산다.
그러니 주어진 일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텔레비젼 보는 것을 조금 줄이고, 술 먹는 것을 자제해서 아침 저녁으로 시간내 꾸준히 수련하라고 하셨습니다.
근데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니까 못하게 되고, 하기 싫은 마음이 더 우세해지고 잠시 잠깐은 열심히 해도 규칙적으로 꾸준히는 더더욱 못하게 됩니다. 이런 저런 일이 자꾸 생기게 돼요.
김선생님 말씀에 도움을 받아서 이래저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없애고 명상은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을 때 하겠습니다.
몸을 곧게 편채로 의식을 집중하는 수련을 하면 몸이 편안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지기 때문에 그 맛을 가지려고 하는 면이 있네요.
머릿속, 가슴속, 뱃속이 상쾌하지려면 고통을 즐겨야 함을 새삼 인식합니다.
쓰디쓴 칡을 자꾸 씹으면 달아지듯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