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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께 ― 자신의 감정을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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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2건 조회 8,506회 작성일 07-05-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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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
왜 하룻만에 질문을 지우셨는지요. 마침 제가 답변드릴려고 그 글을 복사해 둔 것이 있어서 저의 답변과 함께 올립니다.)
상담드립니다.
나그네 07-05-17 10:07

안녕하세요. 거두절미하고 저의 현재 고민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얼마 전 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연락이 돼서 거의 10년만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통화에서 친구의 장황하게 자신이 그동안 공부해서 이룬 성과, 업적,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루었던 정신적인 성숙, 한 고비고비 연구성과를 넘어갈 때마다 느꼈던 정신적인 희열과 성숙...그간의 잘 살아온 일들을 한시도 쉴 틈도 없이 한시간 가량 늘어놓는데...정말 잘 살아왔구나...하고 공감하고 맞장구 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상당히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대화하면서 느꼈던 불쾌감이랄까, 날 다소 얕잡아보면서 하는 말들이 생각나면서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저런 궁리가 일렁거리더군요
항상 모든 면에서 자신은 완벽하고 모든 사람에게서 환영받고 인정받고 여러 경험들을 하고...등등 완벽한 말만 늘어놓는 친구한테서 예전에 이런저런 속내를 그냥 편하게 이야기했다가 뒤통수 맞은 경험이 떠오르며, 이번에 만나면 절대 자랑 외는 안 좋은 말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자신을 다잡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그냥 편하게 들어주면 그만일 텐데...친구 하나 만나는 것도 걸림 없이 하지 못하는지...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 * *
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그네'님.
자신의 감정을 믿어주세요.
10년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늘어놓는 그의 장광설을 들으면서 님 안에서 심히 느꼈던 그 불편함을 믿어주세요. 님 안에서 일어났던 그 감정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것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대화하면서 느꼈던 불쾌감이랄까, 날 다소 얕잡아보면서 하는 말들이 생각나면서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친구는 님을 친구로서 존중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알량한 자랑거리들을 늘어놓을 수 있는 들러리쯤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진정 성숙하고 또 자신의 말대로 많은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면 적어도 10년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에게 그렇게 장황하게 자신의 자랑거리부터 늘어놓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는 님보다 더 공허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에게 단호하게 "나는 너를 만나고 싶지 않다. 너를 만나면 나는 언제나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하다. 네가 그토록 잘 났다면 그 잘난 대로 그냥 살아라. 나는 더 이상 그런 얘기들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또 다시 이런 식으로 네 자랑만을 늘어놓으려거든 다시는 내게 연락하지 마라."라고 말해주는 것이 친구로서 진정 그를 존중해 주는 일입니다.
나그네님.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번에 만나면 절대 자랑 외는 안 좋은 말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자신을 다잡거나 또 "그냥 편하게 들어주면 그만일 텐데…친구 하나 만나는 것도 왜 걸림 없이 하지 못하는지…"라고 자신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정말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님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 친구에게 말해 보세요. 그렇게, 먼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믿어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 모든 진정한 관계의 시작이요 끝이랍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냥 발을 내디디면 전혀 새로운 길과 힘이 님 안에서 생겨날 것입니다.

댓글목록

광수생각님의 댓글

광수생각 작성일

GOOD!

나그네님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답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용도 뜻밖의 내용이어서 ...가슴이 매입니다.
전 제가 옹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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