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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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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807회 작성일 07-07-2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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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여기?

리모콘 07-07-22 19:48

김기태 선생님의 글을 읽는 중 꽃을 바라보다 그 꽃의 의미가 떨어져나가 전혀 새로운 꽃을 보셨고, 그 순간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지만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분명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는 큰 깨달음을 얻으신 거 같은데 말입니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꽃의 모습이 새롭고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알 수 없었던 것일까요? 김기태 선생님의 책 아~여기의 ‘여기’가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저런 순간의 ‘여기’ 입니까?


* * *


그 순간 제가 새롭게 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뭔지 모르게 꽃이 좀 다르게 보였다는 것뿐입니다.

단지 그 뿐입니다.

그리고 그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또한 님의 말씀처럼, 무슨 큰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닙니다.


이걸 어떻게 잘 설명할 순 없습니다만,

또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단지 그런 일이 제게 벌어졌을 뿐입니다.


그리곤 사람들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는데,

그것은 이를테면 어린 아이가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바로 전날까지 사람들과 나누던 말들, 이를테면 진리니 자유니 순수니 사랑이니 하는 등의 말들이 도무지 무슨 뜻인지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유가 뭐지?”

“순수가 뭐지?”

“무얼 사랑이라 하지?”라고 물으면, 그들 또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무얼 보셨습니까?”라고 님은 제게 물으시지만,

따로이 본 것은 아무것도 없고

굳이 말씀드리자면, 아마 그 순간 제게서 어떤 막 같은 것이 하나 떨어져나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를테면, 안과 밖의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보게 하던 사고(思考)의 막, 분별의 막, 마음의 막 같은 것이요.

단지 그뿐이었는데, 그 이후 저의 모든 것은 ‘변화’했습니다.


또 님은 “선생님의 책 아~여기의 ‘여기’가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저런 순간의 ‘여기’ 입니까?”라고 물으셨지만, 아뇨, <아, 여기!>의 ‘여기’는 그런 특정한 어떤 순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님이 삶 속에서 경험하는 매 순간의 현재(現在)를 가리킵니다.

진리는 그렇게 단 한 순간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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