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가 곧 나’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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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790회 작성일 07-12-30 23:47본문
문명이 발전하여 사람들의 지성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생사와 영생의 문제를 종교에 맹목적으로 의지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에 처한 사람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禪, 명상, 道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정도에 따라서 출가를 하기도 하고 명상단체에 귀의하거나 산이나 토굴에 들어가서 처절한 수행을 하기도 하며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틈을 내어 탐구를 하거나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곤 합니다.
현세에도 잘 살다가 육신이 죽은 후에도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욕구이기에 생사문제는 그야말로 인류에게 주어진 숙명이자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불생불멸의 진리는 이러한 노력과는 상관없이 존재하며, 많은 고승들은 중생과 부처를 분별하는 마음을 가지고는 진리를 확인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사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 모든 각자들을 보면 진리를 확인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다가 문득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여러 선지식들은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두참구를 깊이 하거나 처절한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체중생에게 불성이 있지만 그 불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불성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안하고 이미 완전하다고 외치기만 하는 사람들은 無事禪의 병폐에 빠져있는 사람들이라고 힐난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중생과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생멸과 영원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여러 고승들이 주장했으며, 마음의 조작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반면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곧 범부와 같다는 경고도 했고요. 그래서 대체 무엇을 해야할지 답이 안 나옵니다. 목적지는 不二의 경지이니 다만 모든 노력을 그치고 분별을 쉬면 현실의 삶이 자연스럽게 안정적으로 자리잡히고 생사문제도 해결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곳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는 여러 분들을 보았지만 생사해탈과 영생 혹은 사후세계의 문제에 대한 체험기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각을 하셨다는 어느 분들은 대각을 하면 전체와 개체가 한통으로 되므로 자신의 의식계속에 모든 개체의 존재들을 만들고 살리고 죽이는 신계를 창조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즉 대각을 한 자의 사후세계는 자유로운 의식의 유희가 펼쳐진다고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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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질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인생의 많은 문제는 우리의 잘못된 허구의 관념들이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곧 실상(實相)을 보게 되면 마음이 만들어낸 모든 허구들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육체가 곧 나’라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육체가 곧 나’라는 것은 마음이 일으키는, 육체와의 끊임없는 자기 동일시가 만들어낸 하나의 허구적인 관념입니다. 마음이 너무나 집요하게도 이 일만을 되풀이하다보니 우리는 어느새 이 육체가 곧 ‘나’라고 믿어버리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이 육체는 ‘나’가 아니며, ‘나’는 그렇게 이 자그마한 육체 안에 갇히는 한정된 존재가 아닙니다.
이 육체가 ‘나’가 아닌데 ‘죽을 나’는 어디에 있으며, 죽을 ‘나’가 없는데 죽음이니 사후세계니 하는 것들은 또 웬 말이겠습니까. 다만 마음이 만들어낸 이런 허구의 집에서 저런 허구의 집으로 옮겨 다니는 말들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누가 뭐라고 주장하더라’라는 것에 관한 관심은 살포시 끄심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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