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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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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버그린 댓글 5건 조회 6,435회 작성일 08-01-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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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란 것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지만, 오늘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은 없네요.
성격 차이도 있구요, 주변 환경의 문제도 있구요.
결혼한지 이제 8년째입니다.
최근에 아버님이 말기암으로 많이 편챦은 상태입니다.
객혈도 하시고 금방이라도 임종을 하실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저의 부모님은 상당히 궁핍한 생활 속에서 3남매를 어렵게 대학까지 가르치셨지만, 그러다보니 현재는 모아놓은 돈이 거의 없이 작은 집 한 채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버님은 당신의 묘를 어느정도 번듯하게 쓰기를 내심 바라십니다.
어느정도 괜챦은 공원묘지를 알아보면서 제가 계산을 해보니 대략 2천만원 정도가 들 것 같더군요.
제가 장남에 외아들인지라 여동생들한테 얘기하지 않고 제가 부담을 해서 마지막 가는 길에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고 싶다고 했지요. (그나마 현재로서는 3남매중에서 제가 제일 형편이 낫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이런 상황을 상당히 못마땅해하며 "왜 그렇게 자기네 식구들은 이기적이냐, 남은 식구들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거냐"고 하네요.
일주일을 그렇게 지내다가 보니 어머니는 눈치를 채시고 "너희들도 힘들텐데 그것까지 부담시키고 싶지 않다. 우리가 부담을 하겠다."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얘기를 아내에게 전했더니 "어머님 현재 연세로 보아 앞으로도 몇십 년은 더 사실거고 그동안 우리가 생활비를 대야 하는데, 지금 얼마 안되는 돈을 먼저 대신 내신다고 해서 우리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 아니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동안 시댁에 잘 한 것과 시댁 식구(저를 포함한)들의 상식 밖의 태도를 대비하면서 제게 힐난을 하더군요.
결국 싸움은 시댁과의 문제에서 시작해서 부부간의 성격 문제로 번져갔습니다. (통상적인 패턴입니다.)
아내는 저를 평가할 때 "자신만의 별나라를 가지고 사는 사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살다 보니 주변과 융화되지 못하고 겉돈다"라고 합니다.
그러한 평가는 맞는 듯 합니다.
저는 한 가지 관심에 흥미가 생기면 절제를 못하고 몰두하는 경우인데, 그러한 관심사의 내용은 계속 변해왔지만 그런 성향 자체는 그대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PDA에 관심을 많아서 자주 바꾸는 편인데, 아내는 상당히 못마땅해하고 화를 냅니다.
또 요즘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그런 것 많이 하면 무슨 소용이냐, 생활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라면서 핀잔을 줍니다.
아내는 항상 자신은 열심히 한 푼 아끼면서 살아왔고, 통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행동을 하는 시댁 식구들 때문에 힘들지만 매달 생활비 드리고 뒷바라지 열심히 했으며, 하루 종일 가사 일과 애들 키우면서 힘들게 산다고 합니다.
남편이 돈을 충분히 못버는 것에 대한 지적도 단골 메뉴이구요.
주변을 돌아보면 자기처럼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하네요.
그러나 제게는 그것이 변명 혹은 자기합리화로 보이니 이를 어쩌지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된 것일까요?
어제 아내가 "아이들 때문에 같이 사는 거지, 당신에게는 애정이 없어. 정말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라도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도 이미 마음이 떠난 걸 알고 있었어. 정말 진심으로 원한다면 제발 그렇게 해"라고 했습니다.
짐싸가지고 나가라고 해서 정말 그렇게 했습니다.
하룻밤을 직장에서 보내고 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너무 어렵네요. 지금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아내와의 이혼도 두렵지만, 아이들이 눈에 밟히네요.
아무런 죄가 없는 두 아이는 또 어떻게 해야하나..
그렇다고 그런 두려움 때문에 마음에 없는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것도 안온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간절한 마음으로 선생님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무아님의 댓글

무아 작성일

김기태님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저도 님의 글을 읽으면서 헤아려보니 결혼한지 이십년이 멀지 않군요.
제 보기에 헤어질 문제는 아닌데...
여자들이 다 그렇지요.
자신만 위해주길 바라고 좀 속물근성이 있어요.
편하고 싶고 잘 살고 싶고...
그리고 여자는 결혼하면 남편밖에 없어요.
저도 잘 생각을 못했는데 어느날 입장 바꿔 생각하니까 그렇더군요.
나는 집안 다 그대로고 여자 하나 그것도 아주 횡재한 것이나 마찬가진데... 아이들까지 낳아주니 고맙지 않습니까?
여자는 나만 보고 들어와 사는 것이니 그걸 생각해줘야 합니다.
말하자면 여자는 친정이고 뭐고 다 버리고 와서 산다는 것이지요.
저는 님이 친정에 잘 해주시면 이 문제가 풀린다고 봅니다.
그게 결국 내 부모에게 잘하는 것이거든요.
일방적으로 내 부모에게 잘하라고 한 것은 아닌지... 아내의 입장도 돌아보시고...
아내의 잘한 점을 칭찬하고 알아주고 고마워하지는 않았는지...
그것이 아내 입장에서 볼 때 나는 이집의 머슴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도 해 보시고...
대체로 다 못하더라도 잘한 것을 찾아서 칭찬해주고 고맙다고 하세요.
당신때문에 내가 산다고...
때론 마음에 없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일로 힘들 수도 있거든요.
순간적인 감정으로 본심에 없는 말을 하게 되면 그게 안좋을 때마다 진심인가 하게 되지요.
의심하지 마시고 느슨한 끈을 이참에 다시 옹쳐 매시고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은 부부의 사랑의 열매를 먹고 살지요.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내로부터 아껴주고 생각해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 것은,
결국 아이들에게 잘못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는 아빠가 되고 싶은 아빠는 세상에 없습니다.
내 부모에게 잘 해드리고 싶지 않은 장남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내를 사랑해주고 아내에게 잘 하세요. 
그러면 그게 모두에게 잘 하시는 것입니다.
아내도 언제가 그런 님의 마음을 알고 고마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어려웠을 때 그래줘서 고맙다고....
님의 부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얼마든지 잘 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미 이렇게 잘 해결해 보고 싶은 마음을 내셨으니 배움의 자세로 임하면 잘 풀어가실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파이팅입니다. 에버그린님!
그리고 아버님 문제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요즘 이자가 비싸긴 하지만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서라도 해드려야 합니다.
효도할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툴 수도 없으니 거짓말을 하세요.
이쪽 저쪽 편하게....
어머님한테는 우리가 한다하고, 아내에게는 어머님이 하신다하고...
그리고 대출받아 해드리는 것입니다.
나중에 들통나면 이실직고 내 마음을 말하면 됩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하면서 욕을 기쁘게 들으면 됩니다.
살다보면 욕을 듣게 마련인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인가요. ^^

P.S 싸움은 오래가면 안되고... 이것은 님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쓴 글입니다.
나의 경우와 많이 다르다 생각되시면 무시하시면 됩니다.

에버그린님의 댓글

에버그린 작성일

원글자입니다. 김기태선생님의 말씀은 아니지만, 큰 도움이 됩니다. 저보다 훨씬 인생의 선배님이신데, 이렇게 친절하게 답변주셔서 감사드려요. 삶의 경륜이 우러나는 답변을 보니 제가 나아갈 길이 조금이나마 윤곽이 드러나네요. 제가 사실 요령이 많이 없거든요.^^ 따뜻한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볼께요. 행복하시길..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작성일

감사합니다.

그렇게 님은 부부싸움을 한번 하신 것이지요.^^

아내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계시고, 그리고 님의 부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무아'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얼마든지 잘 하실 수 있다는 말씀에두요.
조금만 더 아내의 편에 서주시면....
홧팅!

두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에버그린님의 댓글

에버그린 작성일

아내가 시댁을 멀리하는 것에 대한 김기태선생님의 답변을 이미 '삶을 묻고 자유를 답하다'라는 책에서 보았습니다.
'부부 위에 그 어느 누구도 올려놓아선 안 된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막상 글을 올릴 때는 아내가 저보다 많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근데 제가 올린 글을 다시 읽고 또 두 분의 말씀을 읽다다보니 또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네요.
아내의 상처받기 쉬운 부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 생각하니 부끄럽습니다.

아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더 아껴줘야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답글을 달아주신 김기태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꽃비님의 댓글

꽃비 작성일

공감되는글 감사합니다.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속물>이 표현은 좀 그렇군요.부분적인 자명함에 빠져서하신말씀은 아니신지 예의를 갖춘말씀은 아니라고 사료되고요,<대출>부분도 서로 의논해서 하심이 좋을것같습니다.이런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신뢰가없어지는것 아닐까요~비싸고 좋은걸 해드린다고 효도는 아니지요.역지사지를 해보시면 답이 나올듯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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