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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화정아

작성일 11-08-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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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조회 7,63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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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아, 안녕?

이렇게 네 소식 전해주니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고맙다, 화정아.


네 질문글을 받고 보니, 처음 너를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선생님, 제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너는 참 애틋하고 목마른 심정으로 내게 물었고, 나 또한 네게 애틋하게 대답했지.

“그 힘겨움에 저항하지 말고, 그 힘겨움을 받아들여 보렴. 그래서 진정으로 한번 힘들어보렴. 너는 힘들다, 힘들다 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힘겨움이 찾아올 때마다 언제나 그것을 못견뎌하며 벗어나려 하고 달아나려고만 했던 네가, 그래서 단 한 번도 그 힘겨움을 받아들여본 적이 없는 네가 어떻게 ‘힘겨움’이라는 것을 알겠니? 그러니 이번에는 그 발걸음을 돌이켜 진정으로 그 힘겨움을 받아들이고, 그래서 그 힘겨움과 하나가 되어 마음껏 한 번 힘들어보렴. 그렇게 진정으로 힘들어보면 어쩌면 영원히 힘들지 않을 수 있는 어떤 ‘생명’ 같은 것이 네 안 중심에서부터 생길는지 몰라....”


나의 애틋한 대답에 너는 무척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돌아갔고, 그 다음 주 다시 한학촌 공부 모임에서 마주 앉았을 때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니?”라는 나의 물음에 너는 무언가를 안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지.

“힘들어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다시 네 얘기를 듣고 보니 내 마음이 또 간절해지는구나.

화정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 네 안의 아기를 따뜻이 보듬어주렴.

그 아이의 칭얼거림을 더 마음껏 받아주렴.

친구 어머니의 외면에 갑자기 슬퍼진 너를,

문득 기억이 난 친구의 말에 마치 쇠꼬챙이로 가슴을 후벼 파듯 아파오는 그 아픔을,

공부하려고 앉으면 자꾸만 눈물만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껴안아 주렴.

아, 어릴 때 네가 받았던 그 결핍과 상처들로 인해 삶의 순간순간 올라오는 그 모오든 불안하고 허전한 몸짓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험하고, 사랑해주렴.


“선생님, 저를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네가 교생 실습 때문에 다음 주부터는 못나온다며, 두어 달 전 마지막으로 내게 그렇게 물었었지.

그래, 화정아.

네 안에서 올라오는 내면아이의 그 모오든 칭얼거림들은 화정이 네게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 애틋한 몸짓들이란다. 그러니 그것들을 또 다시 내치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경험해주고 사랑해주고 무한히 보듬어주렴. 사랑이란 어떤 모범답안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추려고 요구하고 닦달하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란다.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이란다.

사랑하는 화정아.

네 내면아이의 칭얼거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서 너는 진정 너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야.

사랑이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란다.

아, 내면아이로부터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조금씩 조금씩 자기 자신 위에 우뚝 서가는 화정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만히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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