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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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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토 (59.♡.103.209) 댓글 3건 조회 19,024회 작성일 19-03-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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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밖으로 내내 돌았다.

퇴근 후 저녁마다 커피집이고 술집이고 배회했다.

부산 끝에서 끝으로, 아니면 시외 양산으로. 그렇게 참 비효율적으로, 정처없이 떠돌았다.

어제는 양산에 술집을 갈거라고 차 놔두고 혼자 버스 타고 가서 안주 먹고 다시 막차타고 집에왔다.

그 와중에 시외버스 놓쳐서 40분동안 추운데서 벌벌 떨면서. ㅋㅋㅋ

​밤 10시에 홀로 버스정류장에 앉아 '남의 동네에서 내가 뭐하는 짓이지. ㅋㅋ' 하면서 멍때렸다.

이런 나의 행동들은 내가봐도 이해되지 않았고, 왠지 부끄러웠다.

회사가 싫다고, 사람들이 너무너무 싫다고 .. 그래서 술로, 커피로 도망치는것 같았다.

계속 누군가를 만났고, 시시껄렁한 농담과 영양가 없는 잡담들로  퇴근 이후 넘쳐나는 시간들을 해치웠다.

그러면서도 내일 출근하기 싫어 밤마다 쉬이 잠들지도 못했다.

나 스스로도 무언가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회피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한번 날잡고 집에 차나 마시며 가만히 내면을 한번 바라볼까 생각을 했다.

내 마음도 그러고 싶어졌고, 무언가 중심도 잡고 내 내면을 고요히 하고싶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엉뚱하게 끝이 나 버렸다.


 

눈이 밖으로 돌아가는거나 안으로 돌이키는거나, 그게 무슨차이람.

자꾸만 밖을 쳐다본다고, 내면으로 나를 돌이켜야 한다고. 나도모르게 정죄하고 있었다.

책 속의 명사들은 자꾸 내면을 쳐다보라고 했던거 같은데. ....음. 결론은 안나고 멍해진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 행동들을 제어하고 이렇게 해야지 라고 바꿀수 있는 힘이 이제 없는 것 같다. 

도망치고 딴짓을 하고 그런 나의 말도 안되는 행동들을 뻔히 보면서도, 안 멈춰지는걸.

그걸 멈출 강한 의지력이 생겨나지가 않는다. 그래서 진짜 뻔히 보면서도 어떻게 하질 못한다.

​오후가 넘어가니 이제는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지 싶어지고, 그냥 만사 포기가 된다.

그리고, 약간 좀 짠해졌다. 무슨 커피마시러 거기까지 가니. 부터 해서 그렇게 까지 해야하니 라는 등등.

정체모를 사람들의 목소리와, 약간의 쪽팔림과 죄책감도 드는데.

이런 내 행동을 어차피 멈추지 못할바에야, 이런 나, 나라도 보듬어줘야지 싶어졌다. ​

​이렇게 아무런 제지없이 아무 생각없이, 막 살아도 되나 걱정되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그리고, 중심잡는걸 포기하기로 했다. 

내면의 고요함, 중심. 안다, 그 느낌. 참 좋다.

무언가 다 아는거 같고, 내려다보는거같고. 남들과 다른거같고.

그리고 그 상태로 사람들을 만나고 음식을 먹고 물건을 만들고. 그 결과치도 분명히 좋을테다.

헌데, 그 느낌에 중독되다 보니, 경계에 휩쓸리는 나를 참 모질게도 내쳤던것 같다.

음... 지금 이건 내 다짐? ㅋㅋㅋ


2시간전만해도 정말 죽을거같이 힘들고 암흑절벽이었는데,

이사님이 새로운 현장 견적낼거 생겼다고 씩씩하게 도면들고 오는거 보니, 

또 희망이 부풀어나면서 으쌰으쌰 해보자고 신이 나졌다.

참, 일회일비. 경계에 따라 울고 웃고. 징하다 진짜.ㅋ

저번달에는 이런 나 자신에 질려 생을 끊겠노라 쓰러진 주제에 이제는 낯짝두껍게 잘도 웃고 울고 멍때리고 힘들어한다.

아싸. 퇴근 20분전.

커피집가야지.  


댓글목록

독비님의 댓글

독비 아이피 (220.♡.140.123) 작성일

아 토토님~ 혹시 부산 해운대 쪽에 괜찮은 커피집 아실까요?
저는 문득문득 '앉아보는 거 하고싶다' 하면서 안하게 되네요.
기태샘 실험처럼 시간내서 꾸준히 앉아보는 것도 좋을텐데 말입니다.

토토님, 앞으로 커피집 방문기 쓰시면 잘 읽을게요.~

토토님의 댓글의 댓글

토토 아이피 (59.♡.103.209) 작성일

제가 금정구쪽이라 그쪽은 잘 안가서 몰라요. ㅠ 그나마 인근이라면 여기 괜찮았었어요!
광안리/남천동 : 아티네 (홍차전문점)  https://blog.naver.com/sujin710901/221343869123
구서동 : 카페소아 (드립커피 진짜 맛있어요 ㅋㅋ) https://blog.naver.com/wldus0295/221108711830
- 둘다 골목상권이라 뷰는 좋지 않아요.

제가 카페 다니기 시작한게 바로 기태썜 실험때문이었거든요.
우리집은 나한테는 안편했고 늘 불안했고 불편해서, 그나마 모르는 사람들이 북적일지라도 카페가 더 속편했어서요.
헌데 그거도 다 도망이더라구요. 뭐. 알게 되어도 이미 중독되서 안갈수는 없었지만 ㅋㅋㅋ
그래도 마음 울적하고 싱숭생숭할때는 카페에서 멍때리기만한게 없지요!

오,. 그거 신선한데요. ㅋㅋ 공지에 쓸 말 없었는데 커피집 방문기로 대체해야겠어요. ㅋㅋㅋㅋ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독비님의 댓글

독비 아이피 (220.♡.140.123) 작성일

그랬군요.~
알려주신 곳들 중에  아티네는 부산 가게 된다면 숙소에서 20여분 거리이니 가볼만하겠네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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