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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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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262회 작성일 06-03-1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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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님의 질문이 저에 대한 따뜻한 염려로 들려 문득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냥 편안하게 제 얘기를 한 번 해볼께요.
제가 우주(?)보다도 더 무거웠던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저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저는 비로소 다른 사람들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게 되었더랬습니다. 말하자면, 제 마음에 참 평화가 온 그 순간부터 희한하게도 제게 있어서 '가족'의 의미는 다만 '핏줄'만을 의미하지 않고 자꾸만 '사람들'에게로 확대되어 나아갔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꾸만 만나는 사람마다 그들이 아프면 저도 아프고 그들이 힘들면 저도 힘들며 그러다가 문득 그들이 자기 자신을 만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욱 기뻤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을 만나 마음의 상처와 아픔과 짐들을 나눠 지는 일이 제 삶의 중심이 되었고, '경전강의'는 그 하나의 방편이 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제게는 '핏줄'로서의 가족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제게 있어서 경제적인 가난과 궁핍은 어쩔 수 없는 '제 몫'이었고, 저는 기꺼이 그 짐을 졌습니다.

그런데 참 감사한 것은 '제 몫'의 그 짐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져주었고, 그랬기에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을 저는 은혜 속에서 감사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 몫'의 그 짐이 조금씩 다른 사람들에게도 '짐'이 되어 가는 것을 보고는 작년 8월을 끝으로 전국의 모든 '강의'를 접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의 짐을 넘겨받고자 한 제가 오히려 그들의 짐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싶었던 것이지요. 또한 제가 하는 일이 아무리 좋더라도 가족을 굶겨가면서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직장'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한 독지가(篤志家)가 나타나 고맙게도 '제 몫'의 그 짐을 조금 나눠 져주었고, 그래서 저는 지금껏 어려운 가운데서도 집필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또 그 '짐'을 도덕경의 몇몇 식구들이 나눠 지고 있습니다.
님은 제게 "경제적인 근심이나 걱정이 전혀 마음에서 일어나지 않으신지…" 하고 물으셨습니다.
아뇨, 참 많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참 미안하기도 하고, 또한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제 몫'의 짐을 지금 제가 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님은 또 "혹여 그런 걱정이 일어나실 때 어떻게 대처하여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라고 하셨네요. 아뇨, 저는 올 한 해 마음껏 미안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또 때로 마음이 무거워 오면 그냥 한껏 무거우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 가슴 속에 있는 이 '쓸 것'들을 다 쏟아내기 전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지금 제 마음은 불덩어리가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결국 하늘이 말리면…….
저도 얼른 이 일이 끝날 수 있도록 제 안의 것들이 막힘 없이 술술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몫'의 짐을 나눠 져주었던 많은 분들께 보답도 하고, 또 그분들의 고마우신 마음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사랑에 빚진 자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 님이 맨 마지막에 하신 말씀,
"선생님께서 진정 이 세상의 어둠을 깨는 목탁이 되시길 바랍니다."
……
고맙습니다.

* * *
실직자의 고뇌^^
실직자 06-03-16 13:36

선생님도 역시 현재 이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중년이시고 한 가정의 가장이십니다.
1. 경제적인 근심이나 걱정이 전혀 마음에서 일어나지 않으신지
2. 혹여 그런 걱정이 일어나실 때 어떻게 대처하여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나이 40에 직장도 그만두고 백수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어찌 100프로 깔끔한 마음이겠습니까. 요즘은 불교티비와 기독교티비 채널을 돌리면서, 피시방에서 온라인겜도 간간이 하면서 그 동안 못 읽은 책도 좀 읽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티비에서 목사님들 보다 보니 '햐, 말 잘하는 사람들은 저기 다 모였구나' 하는 생각에 그나마 웃고 지냅니다. 그들의 말대로 하나님에게 모두 던져버리고 간구하고 기도하고 한다면 얼마나 간편하겠습니까. '햐, 기독교의 도는 정말 간편하구나. 누구나 쉽게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고, 저 믿음의 힘으로 자기최면적 안정과 어떤 파워(능력)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의 생각으로 정하여 놓은 하나님이라는 개념과 자신과의 갭은 과연 무엇으로 메울는지……'
이야기가 조금 곁나갔지만, 제가 올리는 질문은 앞에서 두 가지로 요약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진정 이 세상의 어둠을 깨는 목탁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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