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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적극적인 마음을 내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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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7,928회 작성일 06-04-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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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향을 떠나 멀리 낯선 객지에 가서 직장생활 하시는 님의 외로움이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그런 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그런 힘겨움들을 제가 홈페이지에서 늘상 말씀드려온 방법으로 '실험'해 보시려는 님의 마음이 더없이 고맙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적극적인 마음을 내어보세요.
삶의 모든 순간이 '기회'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방법> 혹은 <길>은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문을 외면서' '견뎌보는' 길이 아닙니다. 그와 같이 마음을 다잡고, 결심하고, 인내하며, '실천'해 보는 길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무리 해도 '마음의 영역'인 바, 마음으로는 결코 마음을 넘어설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님은 외롭지 않기 위해 저의 '방법'을 택하셨지만, 그러나 정작 제가 말씀드린 것은 외롭지 않으려는 그 마음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님은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도 하셨는데, 어쩌면 이번의 경우가 님이 '근본에서부터' 변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릇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은 어떤 '질적인 변화'의 시점이 되면 가장 어렵고 힘들고 갑갑해진다고 합니다. 즉, '변화'의 때가 된 것이지요. 이를테면, 그저 정물(靜物)처럼 있을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알'이 변화하여 한 마리 자유로운 '새'가 되려고 할 때, 혹은 딱딱한 껍질에 싸여 그저 어두운 땅 속에 묻혀 있을 뿐이던 '씨앗'이 전혀 다른 존재로의 움틈을 시작할 때, 그리고 한 마리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창공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려고 할 때, 바로 그때가 그 존재로서는 가장 힘들고 어렵고 답답해지는 때라고 합니다.
어쩌면 님에게도 바로 그런 '때'가 다가와 있는지도 모르구요.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가 '변화'의 마지막 순간엔 아·무·것·도·하·지·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기어다니던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한 마지막 순간엔 지금까지의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어둡고 답답하고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으며 이대로 자기 존재가 영 끝나버릴 것도 같은 '고치'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곤 그 어두운 고치 속에서 다만 '정지'할 뿐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정지[止]' 속에서 기적과도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아, 마침내 '자유'가 임하는―!

'씨앗'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화 ― 무한히 자라나 수없이 많은 '열매'를 맺는 ― 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땅 속에 가만히 묻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를 않고 자꾸만 변화하고 싶어 스스로 땅 위로 얼굴을 내밀어서는 마침내 자신이 가진 '생명'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

'새'도 '알' 속에 충분히 갇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를 않고 자꾸 나오려고만 해서는 결코 나올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생명'은 바깥이 아니라 '알'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이 '진정한 변화'는 어떤 노력과 수고를 통하여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언제나 '저절로' 옵니다. 다만 무언가를 이루려는 모든 마음과 노력들이 '정지[止]'할 때요…….그것은 인간의 영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님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한 번 드려보고 싶습니다.
즉, "선생님의 말씀대로 외로우면 그냥 외롭자! 벗어나지 말고 외로움을 받아들이자!"라며 '주문 외우듯' 견딜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적극적인 마음을 내어, 앞으로 한 달 동안 이렇게 한 번 해보십시오.
직장에서 돌아와 집에 오시면 <업무에 관한 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안 해보는 겁니다. 즉, TV도 보지 말고, 인터넷도 하지 말며, 신문도 보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 음악도 듣지 말고, 시간이 난다고 주변 산을 오르지도 말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동네산책도 하지 말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술'도 마시지 말고, 괜스레 울적하다고 하릴없이 누군가에게 '전화'도 하지 말고, 권태를 달래려고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지도 말고, 오직 님의 방이라고 하는 '고치' 속에 들어가 그냥 한 번 있어 보십시오. 그야말로 '직장업무'나 '생활'에 꼭 필요한 일 ― 이를테면,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등의 ―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오직 온갖 '생각'만이 미친 듯이 일어날텐데, 그 '생각'만큼은 어떤 방법으로든 조절하려 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마시고 마음껏 내어버려 두시구요.
그렇게 한 달간만 '실험'해 보십시오.
한 번 해보리라는 '한 마음'을 내어보시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시면서도 얼마든지 해볼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집에서 무위(無爲)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만약 님이 그 '한 마음'을 내실 수 있다면, 그래서 한 달간의 '무위(無爲)의 고치' 속에 들어가 있을 수만 있다면, 님은 마침내 '변화'하여 영원토록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마침내 '자유'를 만난 것이지요. 왜냐하면, 외로움으로부터의 자유란 곧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자유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 '새'가 '알' 밖으로 자꾸 나오려고만 해서는 결코 나올 수가 없어요…….
* * *
질문 있습니다.
윤리맨 06-04-10 12:18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고향을 떠나 낯선 타향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입니다. 낯선 곳이라 익숙하지 않고, 그래서 문득 문득 외로움과 고독이 찾아옵니다.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딱히 주변에 맘 터놓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고…….
선생님의 말씀대로 외로우면 그냥 외롭자! 벗어나지 말고 외로움을 받아들이자! 이렇게 주문을 외면서 견뎌보지만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나면 주변 산을 오르면서 답답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봅니다.
제가 하는 방법이 맞는지요? 참 어리석은 질문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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