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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이런 마음을 가져볼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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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댓글 0건 조회 8,003회 작성일 06-08-1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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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이 더없이 고통스럽고 괴롭고 힘들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모든 일을 잘 하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름하여, '완벽주의'라고도 하는데, 바로 그 마음 때문에, 다시 말해 <매사에 잘 하려는> 바로 그 한 생각 때문에 우리는, 잘 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주보다도 더 무거운 마음의 짐을 지고서 매 순간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아, 그 짐의 무거움이란 이루 말로 다 형용할 수가 없지요.
얼마 전에 멀리서 온, 16년 동안이나 강박증에 갇혀서 온갖 모양으로 시달려온 한 사람을 만났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생면부지의 저를 만나기 위해 그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왔을까요. 그 사람과 몇 시간에 걸쳐 상담하는 중에 이런 대화가 오갔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씨는 강박에 갇혀 살아온 16년의 힘겨웠던 세월을 말씀하셨지만, 그 세월을 한마디로 말하면 오직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저는 삶의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 그 강박으로 인해 제 인생이 엉망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오직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만 싶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원래의 내 모습을 되찾아 내가 꿈꿨던 인생을 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한 모든 노력들을 다 해봤습니다……."
"그런데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그 16년 동안의 치열했던 노력이 단 한 톨이라도 ○○씨에게 자유를 주던가요?"
"아뇨, 그렇기는커녕 이제는 오히려 온갖 사소한 것들에도 강박증세가 나타나, 더욱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그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을 깊이 자각한다면, 다시 말해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16년 동안의 온갖 노력이 조금도 자신을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한다면, 또다시 일상 속에서 강박증세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본능적으로 해왔던 것처럼 또다시 그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일방적인 몸부림을 계속하겠습니까? 아니, 16년 동안의 이 명백한 실패 앞에서 또 다시 그 짓을 해요? 이미 <안 된다>는 결론이 ○○씨의 삶을 통하여 명명백백하게 나와있는데두요?
그 사실 하나만이라도 ○○씨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지고 또 살아있게 된다면, ○○씨의 삶 속에서 또다시 온갖 종류의 강박증세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다시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습관적인 몸부림을 더 이상은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골백번을 더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안 되는 길>이니까요. 그러면 이제 그 '무위(無爲)' 혹은 '멈칫거림' 속에서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이해'와 '힘'이 조금씩 ○○씨의 가슴을 채우게 될 것이고, 그러면 얼마의 시간이 흐르지 않아 문득문득 강박에 매여있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스스로도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고마웠던 것은, 저의 이 얘기를 그는 그 순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를 다 마치자마자 그는 곧 "이제 알겠습니다."라는 짧은 단음절의 말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타는 입술로 왔던 자신의 집으로의 그 먼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이호준님.
제가 보기에 님은 너무 <잘 하려고만> 하십니다. 회의석상에서 발표도 잘 하고, 사장님 이하 간부들에게도 주목받는 사람이 되고, 부하직원들에게도 품이 넓고 존경스러운 상사로서 통솔도 잘 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고 회의도 잘 이끌고 칭찬과 지적도 적재적소에서 잘 하고…….
그런데 바로 그 <잘 하려는> 마음 때문에 회의석상이나 발표 때가 되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두근거리고, 얼굴도 화끈거리며, 말도 떠듬거리고, 식은땀까지 나는 등등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잘 하려는> 마음 때문에 이호준님은 잘 하기는커녕 "몇 번의 좋은 취업도 나의 문제들 때문에 모두 도망치듯이 사퇴하고, 지금 실직가장이라는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라고 말씀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마치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그 마음 때문에 오히려 16년 동안이나 더욱 더 숨막히게 강박에 사로잡혀 갔던 ○○씨처럼요. 그런데도 님은 계속 <잘 하려고만> 하시겠습니까? 님의 이 명백한 '구속' 앞에서두요?
이호준님.
인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잘 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망가지고 무너지고 엉망이 되려는 마음을 한 번 가져볼 수는 없을까요? 회의석상이나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내, 오늘 이 사람들 앞에서 마음껏 한 번 망가져 보리라!"라는 <마음>을 한 번 가져보시라는 겁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두근거리고, 얼굴도 화끈거리며, 식은땀까지 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스스로 마음먹기를, "그래, 오늘은 내가 망가지는 날이지! 그래, 마음껏 한 번 망가져 보자!"라는 생각을 거듭하는 겁니다. 그리고 발표를 위해 일어서는 순간이나 단(壇) 앞으로 걸어나갈 때에도 "그래, 까짓것, 이 기회에 한 번 마음껏 망가져 보자구!"라는 마음으로 사람들 앞에 서시라는 겁니다. 오직 <망가지기 위해서> 그 모든 일들을 하시라는 거지요.

아, 님이 진정으로 이 마음을 낼 수 있다면―!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러면 님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로부터 뚜벅뚜벅 걸어나오시게 될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인생에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이호준님 화이팅!!!
저도 마음으로 많이 응원하겠습니다.
* * *
어찌해야 합니까?
이호준 06-08-15 05:13

김기태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 나이가 지금 43살이고, 아내와 두 아이를 가진 실직 가장입니다. 몇 번의 좋은 취업도 나의 문제들 때문에 모두 도망치듯이 사퇴하고, 지금 실직가장이라는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약 1년여...).
문제들을 요약하자면...
1) 회의석상이나 발표 때가 되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두근거리고, 얼굴도 화끈거리며 식은땀까지 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기가 너무너무 힘들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사장님 이하 간부님들의 실망스런 눈빛들....(지금도 그 생각이 나니 가슴이 아파옵니다)
2) 부하직원들을 통솔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지만 부하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회의도 하고 칭찬도 하고 지적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 상황이 되면 또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말도 떨려서 도저히 통솔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부산으로 재취업의 기회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8/17일 출근) 이제는 정말 버텨야 하는데.........................................김기태 선생님, 정말 저 어떻게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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